20대 때 나는 여행을 참 좋아했었다.
여행이 좋아서 동남아 필리핀에서 가이드를 했었을 정도였으니까
여행가이드 일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는 7년동안 광고회사를 다녔다.
광고회사는 업무가 정말 많았고, 정신없는 일상들을 많이 보냈었다.
퇴근 후는 물론이고 주말도 회사일을 생각하느라 나의 개인생활은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바쁜 회사생활을 하면서부터
7년동안 어디론가 마음놓고 여행을 가본적이 없었다.
여행을 가려면 여행지 선정부터 교통수단,숙박시설 등 미리 계획하고 예매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것들을 생각하고 움직일 정도로 나는 부지런하지 못하다..
올해 초 부터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두면서
최근 여행 카테고리 중 하나인 숙박업에 관심이 생겼다.
문득 비어있는 포항집에 여행자들을 받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포항 근처에 있는 에어비앤비는 물론 독채스테이까지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경주에 있는 론다애뜰이라는 독채스테이를 발견했다.
론다애뜰? 만약 내가 스테이를 운영하게 된다면
스테이의 이름을 스페인 지명을 가져오는건 어떨까하고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20대 초반에 스페인을 일주일간 여행하면서 론다를 가본적이 있었는데
협곡 위에 지어진 하얀 집들이며 높은 론다의 누에보 다리가 인상깊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론다라는 지명으로만 네이밍을 하기엔 살짝 심심한 느낌도 들었고,
론다라는 지명을 붙이게 된다면 스테이의 인테리어 역시 스페인풍의 정열적이면서도
아티스틱한 무드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인테리어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들것이므로
론다의 이름을 가져오는건 머리속에 고이 접어두었었다.
그런데 론다애뜰이라니.. 론다 뒤에 애뜰을 붙히는 센스를 발휘하시다니..이름을 참 잘 지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바로 즉시 론다애뜰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으로 들어가보니 건물이며, 주변환경이며 이름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름대로 포항에 살면서 경주를 잘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경주에 이렇게 이국적인 느낌을 풍기는 곳이 있었다니
숙소만으로 이색적인 관광지 그자체였다.
특히 재밌었던 점은 '보보뚜삼촌' 이라고 불리는 호스트의 이름이었다.
스테이의 이름도 숙소의 컨셉이 그대로 이어지게 론다애뜰이라고 지으셨는데,
보보뚜삼촌이라는 호스트 네임은 스페인의 어느 정감가는
삼촌의 이미지를 그대로 연상짓게 만든다.
이런 컨셉과 아이디어를 가져오셨다니, 호스트분이 대단한 마케팅적인 센스를
가지신 분 같단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단 점이 부러웠다.
특히 이곳은 조식으로 보보뚜삼촌이
스페인식 요리인 타파스를 내어주신다고 한다.
게스트들은 론다애뜰을 떠나기전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숙박하는 동안 잘 보살펴 주셨던 보보뚜 삼촌께 보내는 편지들을 남겨놓고 떠난다.
이국적인 스테이의 이름,인테리어,주변경관,호스트의 이름 모든 것들이
전통적인 느낌이 강한 경주에 여행을 와서 이국적인 감성까지 접할 수 있게되어
게스트들은 스테이에 머무르는 것 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를 데리고 꼭 한번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